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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호] 성매매는 거래의 과정일 수 없다

기사승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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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경험 당사자를 만나고 와서

지난여름, 성매매경험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의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성부터 40대를 넘긴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당사자 일곱 분이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 조건만남, 마사지샵, 티켓다방, 성매매집결지 등 성매매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셨다. 일곱 분이 한 명씩 무대 위로 모습을 보이셨을 때 많이 놀랐다. 그때까지 내 머릿속에 ‘성매매 여성’은 약간 마른 몸매에 짙은 눈화장, 긴 머리, 딱 붙은 원피스로 그려져 있었는데 이날 마주한 분들은 당장 오늘 지하철이나 길에서 본 듯한 낯익은 얼굴과 옷, 체형의 모습이셨다. 그런 마음이 시선을 통해 전해질까 애를 써야 했다. 생각했던 몸매가 아닌 게 신기해 얼굴 밑으로 시선이 내려가지 않도록, 일곱 분 모두를 뜯어보려고 고개가 자꾸 돌아가지 않도록. 콘서트는 3시간 반 동안 이어졌고 얘기해주신 내용 중 몇 가지를 추려봤다.
“명품 가방이나 들고 돈만 밝히는 것들”이라는 말.
외모 상위 10%의 여성들이 있다는 강남의 성매매업소 ‘텐프로’와 같은 곳의 종사자들은 외제차나 명품 옷을 ‘사용’하기는 한다. 그 곳의 성매수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급의 여자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쭉 서있으면 성매수남들은 가장 먼저 여성들이 입은 옷의 택(tag)을 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비싼 옷과 외제차를 1~3일 임대할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어도 그만큼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런 업소의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업주에게 매상의 50~60%를 빼앗기고, 각종 명목으로 업주가 빚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성매매 여성의 소득은 보통 얘기되는 것과 다르다.
“요즘엔 감금도 아니고 다른 직장은 더 힘들다”는 말.
옛날엔 봉고차에서 지나가던 여성을 납치해 성매매 집결지 업소에 팔아넘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창문에 창살을 달고 문을 잠근 뒤 열쇠는 마담, 업주가 가지고 있어 말 그대로 ‘감금’을 당한 것이다. 이제는 빚을 지워 그들의 발을 묶는다. 가출한 청소년과 자원이 없는 여성에게 가전제품이 구비된 방 한 칸을 마련해준 뒤 그 값을 선불금, 즉 빚으로 올려놓는다. 그리곤 ‘성형을 하라’며 ‘네게 신기가 있어 장사가 안 된다고 하니 굿을 해야겠다’며 빚을 불린다. 그만두겠다고 하면 여성의 고향에 또는 학교에 현수막을 걸겠다며, 또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겠다며 갖은 협박을 한다. 또 다른 감금이다. 여타 직장과 고생의 정도를 비교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마사지샵에선 하루 종일 손님을 받은 뒤 잠을 잘 수 있는 8시간 남짓이 휴식시간과 주말의 개념을 대신하며 그 마저도 손님이 닥치면 다시 일을 해야 한다. 성매매집결지도 상황은 비슷한데 정해진 휴일의 개념은 없고, 생리를 하는 기간에만 손님을 받지 않도록 사정을 감안해준다. 하지만 그때도 생리혈을 하루 이틀 안에 ‘빼내도록’ 강요해 사실상 휴일은 없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성매매 현장에서 여성은 자기 몸의 주인이 아닌 철저히 도구로 전락하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다.
“안 팔리니까 나온 거잖아”라는 말.
당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안 팔리는 여성은 없다’. 10대 청소녀든 70대 노인이든, 뚱뚱하든 빼빼 말랐든, 못생겼든 예쁘든 안 팔릴 수가 없다. 여러 조건에 따라 몸값이 달라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성을 팔아 대가를 받는 ‘박카스 아줌마’가 존재하듯 나이가 들어 자신을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 5천 원에라도 내 몸을 팔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절망스러웠던 건 2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찾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때 남성은 상대 여성에게 ‘막짓, 개짓’을 하려는 거라는 말씀이 이어졌다. 2~3만 원만 더 주면 같은 연령대의 여성을 살 수 있는데도 60대 노인을 선택한다는 건 작정하고 함부로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뭉치’의 여성들은 안 팔려서 나온 게 아니라 ‘팔고 싶지 않아서’ 나온 것이었다.
한편 당사자들이 가장 열변을 토하신 건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이야기에서였다. 성매매 여성의 지위를 합법적 노동자로 격상시키고 몇 가지 가이드라인과 규정을 마련하면 성매수자에게 돈을 떼어먹히는 일이 줄거나, 그들의 폭력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있고, 4대 보험을 적용받아 퇴직금으로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사려가 그 바탕에 있을 테다. 그러나 반대로, 합법화라는 건 성매매를 ‘선택할 수 있는 직업’, ‘해도 되는/괜찮은 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가 ‘여성의 강간당함’에 합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직종에 종사하게 될 집단은 뻔하다. 돈 없고 못 배운 여성들, 그 직업을 선택한 듯 보이지만 사실 선택이 아닌 사람들이다. 50대 당사자 한 분은 “해본 사람은 얼마나 안하고 싶은 직업인지 안다”고 하셨다. 다른 기회가 없어서 성매매 현장에 남아계셨을 뿐이다. 반면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반대하며 집회를 연 성매매 당사자들도 있었다. 성매매 역시 노동이 될 수 있으며, 충분한 대안 없이 자신들의 생계수단을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나아가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뭉치’의 여성들은 말한다. 그곳에 있을 땐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고, 탈(脫)성매매 한 뒤 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재정립하고 재인식하게 된다고 말이다. 포르노 업계에 입성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Hot girl wanted'에서 한 여성 역시 유명 포르노 배우가 TV에 나와 자신의 노동을 자랑스레 말하는 것을 보며 중얼거린다. “난 알 것 같아요. 쟤가 말하는 걸 보니까, 제대로 말을 하지 않아요. 쟤도 자기가 뭘 한 건지 몰랐던 애들 중 하나예요. 아무나 저런 것에서 회복되지는 않아요.” 이처럼 자신이 적극적으로 원해서 성을 팔고자 하는 사람이 몇 있을지라도 더 중요한 건 이게 아닐까? 남성이 여성을 착취 가능한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가, 그 공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판매자, 구매자가 대등한 위치에 있는 성매매는 없다는 것. 그건 남성의 욕구만 챙기는 사람들의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현실에서의 성매매는 대등한 위치의 두 사람이 몸과 몸을 섞은 뒤 깔끔한 계산이 이뤄지는 거래의 과정이 아니라 ‘얼○, 질○, 입○’, ‘○○년아, 저년 저거’로 그려지는 현장, 그리고 계속되는 피임약 복용과 낯선 몸뚱어리에의 봉사, 신체적‧정신적 타격을 입고 그 안에 발이 묶여버리는 폭력의 과정이다. 현장이 이런데 성매매가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으니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 또는 ‘쉽게 돈 벌 수 있어서 게으른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이 될 수 있을까. 나아가 합법화를 논할 수 있을까.
올해 5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남성 응답자의 50.7%가 한번 이상 성구매를 했다. 그리고 몇 만 원의 돈을 주고 특정 여성을 구매한 남성들은 다른 여성 역시 ‘얼마짜리’로 환산하기 쉬워진다. 그들에게 여성은 사람이라기보다 살 수 있는 ‘물건’의 범주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50.7%라는 수치를 목격한 이후로 나는 거리를 지나치는 이들 중 누군가 또는 지인 중 누군가가 나를 ‘7만 원짜리’라 생각할까 두렵고 슬프다.
여성의 성을 사고 팔 수 있다는 인식은 사회 곳곳에 퍼져 미성년자 간 성폭행, 교수-학생 간 성추행, 직장 내 성희롱, 가정 내 성폭력과 맞물린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야동을 보는 일이나 ‘좋은 데 가자’는 문화에 편승하는 일 역시 기존의 폭력적인 공기에 힘을 더한다. 여성, 남성 모두 여성을 상품으로 보고 있는 자신을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매매에 있어선 성매수자와 알선자를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에겐 직업훈련과 주거, 의료를 지원해 갱생의 기회를 주는 노르딕 모델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해선 안 되는 일은 다른 누구도 해선 안 된다. 세상에 완전한 남의 일은 없고, 나만 잘 먹고 잘 살 순 없다. 과할 정도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젠 어떤 괴로움에 눈을 뜨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주현 (환경교육·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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