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영 희년함께 토지정의센터장
◇ 30만 청년만 혜택을 보는 청년원가주택
윤석열 당선인의 대표적인 청년주택정책은 청년원가주택 30만 호 공급이다. 청년원가주택은 청년층에게 공공분양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고, 청년원가주택에 당첨된 청년은 분양가의 20%를 내고 80%는 장기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당첨된 청년은 5년 이상 거주한 후 주택을 매각할 때 국가에 매각하고 시세차익의 70%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쉽게 말해 시세보다 대폭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게 해 주고, 5년을 거주하면 매매차익의 70%는 개인이, 30%는 국가가 가져가는 주택 유형이다. 청년원가주택은 3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지역, 교통 여건이 양호한 신규택지 등에 공급될 예정이기에 청년원가주택 입주자는 당첨만 된다면 순식간에 몇 억의 시세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본다. 계산의 편의상 주변 시세의 60% 수준이 건설원가라고 가정한다. 주변 시세가 5억이면 청년원가주택은 시세의 60%인 3억에 분양을 받는다. 청년원가주택에 당첨된 청년은 분양가격의 20%인 6천만 원을 내고 분양가격의 80%인 2억 4천만 원은 장기원리금 상환 조건의 대출로 조달한다. 5년 후 주변의 집값이 1억이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5년 전 주변 시세가 5억이었으니 6억이 되었다. 5년 전 청년원가주택을 처음 분양받았던 청년은 집을 팔려고 한다. 청년원가주택은 주변 시세에 맞추어 6억에 팔 수 있다. 주변 집값은 1억 올랐지만 청년원가주택은 5년 전 주변 시세의 60% 수준으로 3억이었기에 매매 차익이 3억 발생했다. 5년 전 처음 청년원가주택을 분양받은 청년은 매매 차익의 70%인 2억 1천만 원을 가져간다. 5년 전 자기 자본 6천만 원을 넣고 5년 만에 2억1천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이렇듯 청년에게 상당히 유리한 주거정책이다. 단 조건이 있다. 당첨이 된 청년에게만 유리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무주택청년들에게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민국 2-30대 청년인구는 1300만 명이 넘는다. 청년원가주택은 당첨된 30만 가구의 청년들에게는 청년을 위한 정책이겠지만, 당첨되지 못한 수백만 명의 무주택 청년들에게는 박탈감만 안기는 정책일 뿐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에 제시된 청년원가주택은 수분양자, 즉, 가장 먼저 분양받은 청년만 커다란 시세차익을 누린다.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청년원가주택에서 가져가는 시세차익은 웬만한 청년의 5년 치 연봉보다 많을 것이다. 정부는 남은 30% 시세차익으로 청년원가주택 초기투입비용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하니 두 번째로 청년원가주택에 입주하는 입주자는 주변 시세대로 주택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구조대로라면 청년원가주택은 처음 분양받는 30만 명의 청년 외에는 혜택을 보는 청년은 없다.
◇ 지속가능한 청년주택 모델 : 지분공유형 주택
대한민국의 주택공급정책은 소수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구조이다. 나도 언젠가는 청약에 당첨되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희망고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처럼 토지의 80% 이상이 국가소유이고 월급의 1/4 이상을 주택 및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으로 넣지 않는 이상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 청년원가주택은 기존의 로또 방식의 분양정책을 좀 더 강화한 버전에 불과하기에 지속가능하고 모두를 위한 청년주택이라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청년원가주택 구조를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어떨까? 건설원가 기준으로 공급하되 정부가 주택의 지분을 50%를 가진다. 입주하는 청년은 자기 자본과 대출을 통해 청년원가주택 분양가의 50% 금액을 자기 자본과 대출을 통해 마련해 청년원가주택의 지분 50%를 가져간다. 정부가 소유한 지분 50%에 대해서는 국고채 조달금리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다. 5년 후 정부에 매각을 할 때, 자신의 지분만큼 매매차익의 50%를 수분양자인 청년이 가져갈 수 있다. 정부는 수분양자가 지불한 분양가격과 수분양자가 가져간 매매차익의 50%를 더한 가격으로 다음 입주 청년에게 제공한다.
앞서 청년원가주택 계산 사례를 위 방식으로 바꾸어 보자. 수분양자 청년은 청년원가주택 지분의 50%를 취득하기 위해 대출과 자기자본을 통해 1억 5천만 원을 조달한다. 정부 역시 1억 5천만 원을 조달하여 50%의 지분을 확보한다. 5년 후 수분양자 청년이 청년원가주택을 정부에 팔 때 청년은 5년 전 넣었던 지분 50%인 1억 5천만 원과 매매차익 3억 원의 50%인 1억 5천만 원을 가지고 간다. 청년은 5년 동안 1억 5천만 원 가량의 자산이 늘어났다. 정부는 6억 원이 된 청년원가주택의 지분 50%를 다음 청년원가주택 입주자에게 3억 원에 판매한다. 두 번째 입주자는 주변 시세의 50% 수준으로 청년원가주택에 입주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지분의 50%를 정부가 꾸준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청년원가주택을 설계한다면 처음 청년원가주택을 분양받은 청년만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입주자 청년들도 지속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주거를 누리면서 향후 매각 시 주택가격 상승분의 절반 가량의 자산축적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청년원가주택은 30만 가구 청년들만을 위한 청년원가주택이 아닌 수백만 가구의 청년들을 위한 주택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