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이루어지는 대학문화 구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문기구이다.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는 학내 다양성 보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큰 차이점은 없다. 다만 다양성(Diversity)과 포용성(Inclusion)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builtin(builtin.com/diversity-inclusion)’에서는 일터에서의 포용성이 무엇인지 설명하며 다양성을 사람을 독특하게 만드는 특성과 특징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포용성을 사람들이 환영받는다고 느끼도록 하는 행동과 사회적 규범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다양성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점을 조금 더 강조하고, 포용성은 다양한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카이스트에서 포용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같이 이러한 위원회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인 학교는 있지만 아직 전국에서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는 단 3곳에 불과하다. 하버드대학(Diversity, Inclusion & Belonging), MIT(Diversity, Equity, Inclusion), 코넬대학(Diversity and Inclusion)뿐 아니라 여러 해외대학에서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가 보편화되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신문이 조사한 결과 우리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선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에 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드물게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수는 있었지만 우리학교에 다양성위원회와 포용성위원회 도입을 위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거나 눈에 띄는 직접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우리학교에는 다양한 배경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이 어우러져 생활하고 있고 특히, 우리학교를 졸업하는 사람 대부분이 교직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우리신문에서는 학내 다양성을 위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서울대, 고려대 다양성위원회, 카이스트 포용성위원회가 각 학교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화합하는 학문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의지를 모아 2016년 3월 출범한 총장직속 자문기구이다. 다양성위원회는 ▲다양성보고서 발간 ▲다양성 정책연구과 포럼 개최 ▲다양성 파이어니어 인턴십 운영 ▲다양성 대화시리즈와 다양성 도서전 개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서울대학교 내 다양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 활동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전화숙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전국 대학 최초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서울대학교에 다양성위원회를 도입한 배경이 무엇인가요?

서울대의 여학생 비율과 여성교원 비율의 불균형 해소, 다양한 배경의 학생과 외국인 등 구성원의 다양성 증진과 보호, 다양성 가치가 존중되는 문화와 의식의 발전 등 대학의 혁신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기구 설립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설립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학교에 가져온 변화가 있나요?

다양성위원회 설립 이후 매년 다양성보고서 발간, 다양성 정책연구과 포럼 개최, 다양성 파이어니어 인턴십 운영, 다양성 대화시리즈와 다양성 도서전 개최 등으로‘서울대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양성위원회 정기회의 심의 또는 정책연구를 통해 제안한 정책과제들이 점진적으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다양성위원회에 대한 학교 구성원의 반응 및 참여도는 어떤가요?

학내 42개 기관에 기관별 다양성담당자가 위촉되어 있으며, 매년 12월에 다양성워크숍을 개최하여 기관별 다양성 증진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성보고서 작성을 위하여 다양성 현황조사에 많은 부서가 협력하고 있습니다. 도서추천사 공모전도 참여자가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구성원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하는 어려움은 없나요?

다양성 개념 자체가 갖는 포괄성과 모호함으로 인해 정책의 범위를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민감한 이슈이거나 특정집단의 이해가 반영되는 경우 다양한 구성원의 합의점을 찾고 공감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어려움입니다.
 

◇ 다양성위원회 활동으로 인해 실제로 학교에 적용된 사례가 있나요?

다양성위원회가 국공립대여교수회연합회와 연대하여 교육공무원법 개정활동을 하였고, 같은 내용으로 서울대법도 개정됐습니다. 주요 개정내용은 대학교원이 특정성별의 4분의 3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추진실적에 대한 평가를 공표하고 평가결과를 행정적·재정적 지원에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거버넌스의 여성교원 참여확대를 위해 평의원회 운영규칙도 개정됐습니다. 
연 2회 열리는 신규임용교원 워크숍에 다양성위원회가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서울대의 다양성’자료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다양성보고서에서 학과별 여학생과 여성교원 비율을 제시하고 여성교원의 채용확대를 제안하였고, 최근 여성교원이 부족한 학과의 여성교원 채용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정보공학부의 여성교원 2명 신규임용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다양한 식문화 지원을 제안하여 학내 할랄 식당이 유치되었습니다.

▲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는 지난 11월 29일 '다양성 대화시리즈'의 일환인 '총장님과 나누는 서울대 이야기'를 개최했다.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는 학내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설치된 총장 직속 자문기구로, 2019년 1월에 출범하였다. 다양성위원회는 ▲연구 ▲교육 ▲정책 세 가지 분야에서 업무를 담당한다. 학내의 다양성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하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그 결실로 지난 4월 ‘고려대학교 다양성 보고서 2019’를 발표하였다. 다양성 교과목 운영 등 교과 영역에서의 노력과 ▲다양성, 고등교육의 미래2019 ▲2019 다양성 사진 공모전 등 비교과 영역에서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성 교육을 실현하고 있으며, 다양성 문화의 확산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민영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설립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원래는 고려대학교 구성원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연구하던 연구회가 있었는데, 연구를 하다 보니 성평등 문제나 젠더의 문제를 넘어서 다양성 전체의 이슈로 확장해서 공동체 내의 다양성을 높이고 그것을 포용하는 정책을 실시할 때 조금 더 근본적·문화적·제도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출범한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해외대학의 사례를 조사했고, 학교 본부에서도 저희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서 2019년에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만의 특징이 있다면?

저희는 교육이나 연구 환경에서 다양성이 증진될 수 있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제안하는 부분에 방점을 싣고 있고, 정책을 도출하려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출범 첫해현황 파악에 대한 조사를 치밀하게 했어요. 인적 구성, 제도, 시설과 같은 객관적인 측면과 구성원의 인식, 경험 등 주관적인 측면을 조사해서 다양성 지수라는 것을 개발했죠. 다양성 현황을 지수화해서 장기적인 지수 변화를 추적하고자 노력한 국내외 사례는 없다고 봤거든요. 중점을 두는 또 하나의 부분은 교육이에요. 강의실에서 다양성 가치가 실천되지 않으면 문화의 변화가 있을 수 없고, 학생들의 감수성이나 인식도 중요하지만 교수자의 인식이 굉장히 중요해요. 고려대학교 다양성 위원회는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교육에서 다양성 가치를 실천하는 것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 ‘고려대학교 다양성보고서 2019’ 발표 이후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가 있나요?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교육이에요. 보고서를 발표하고 나서 총장님부터 일단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할 부분이 다양성 교과목을 시작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어요. 교과목 신설부터 시작하여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한 보고서를 보면 비교과 활동을 한 학생들과 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양성 의식 차원에서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번에 체인지메이커라는 학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을 구성해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는 거예요. 이렇게 교과, 비교과에서의 중대 변화가 지금은 가장 가시적이지 않나 생각이 되구요,구성원의 인적 변화 이런 것은 서서히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라기보다는 과연 다양성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정의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굉장히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다양성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상당히 대답하기가 힘들어요. 그게 다양성위원회의 정체성 문제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하는지를 물었을 때 누군가는 젠더의 측면에서 이야기를 하겠고 누군가는 다른 측면에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 선차성을 결정하는 것, 정책 제안을 할 때 어떤 게 가장 시급한지 적절하고 타당하게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다양성에 대한 이해도나 인식의 차이가 너무나 크고, 저 자신도 굉장히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 고려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맨 처음에 설립된 이유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등교육기관의 교육과 연구가 다양성 가치를 기반으로 했을 때 질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다양성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대학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지금 다양성위원회가 세 대학에 있는데 모든 대학에서 다양성을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공식기관, 정부기관,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인력개발부 같은 데에서 이러한 이슈를 다루긴 하지만 공식 기구나 공식 담당자가 가시화되어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운동이 필요해요. 특히 다양성을 보호하고 높일 수 있는 정책 시행 · 제안을 전담하는 기구가 모든 대학에 필요하고, 이미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이 아젠다세터로서의 역할을 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AIST 포용성 위원회 

KAIST 포용성위원회는 캠퍼스 내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포용적인 문화 조성을 위해 개설된 부총장 직속 자문기구이다.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다양한 인권 기구를 돕는 연구와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포용성위원회는 KAIST를 좀 더 안전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구성원의 필요에 의해 시작하였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포용성위원회가 제안한 ▲신임교원, 신입직원 대상 인권 교육 ▲인권벨트 관련 정례 모임은 학교 정책에 반영되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KAIST 포용성위원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류석영 위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KAIST에 포용성 위원회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학내 여러 인권 관련 기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돕는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안전하고 포용적인 캠퍼스 조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기구가 함께 연대하여야 할 필요가 대두되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및 사이버 폭력 등의 문제와 함께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16년 가을 정책연구를 바탕으로 포용성위원회를 개설하였습니다.

 

◇ 포용성 위원회가 KAIST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왔나요?

먼저, 다양한 학내 인권 기구가 인권연대체로 함께 하게 되면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개개인이 학내에서 같은 꿈을 위해 애쓰는 동지의 존재를 알게 되어 동질감과 위안, 동력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신임교원 워크샵에서의 강연과 대학원생 세미나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 포용적 캠퍼스 조성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KAIST에는 포용성 위원회를 포함하여 다양한 인권기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용성 위원회는 이러한 기구들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어떻게 협업하고 있나요?

포용성 위원회는 기존의 관련 기구와 함께 캠퍼스 내 폭력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자문을 수행합니다. 특히 사건의 해결을 담당하기보다는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괄하는 정책연구와 자문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기구와 연대하여 서로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우산 역할을 합니다.

 

◇ 포용성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포용성 위원회 1기는 기존의 여러 인권 기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같은 생각과 꿈을 갖는 학내 구성원들의 존재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포용성 위원회 2기는 더 많은 구성원에게 포용적 캠퍼스 조성을 위한 꿈을 함께 만들어가도록 찾아가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포용성위원회 1기: 2017년 9월~2019년 8월. 포용성위원회 2기: 2019년 9월~2021년 8월

 

◇ KAIST 포용성 위원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의미의 소수자와 약자들의 아픔을 듣고 여러 인권 기구와 연대하여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시하는 것입니다.

▲ KAIST 내에서는 포용성위원회를 포함하여 다양한 인권상담기구가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인권벨트 역할을 하고 있다. 각 기구 사이에 위, 아래는 없으며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생기구인 학부 총학생회 학생·소수자인권 위원회,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 학교 구성원의 어려움을 듣고 돕는 기구인 인권윤리센터, 옴부즈퍼슨, 포용성위원회, 상담센터, 대학 본부 부처인 학생정책처와 학생생활처가 다양한 방식으로 학내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교원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